제 2 부. 중력파는 어떻게 찾는가 - I

중력파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중력파의 성질을 알아야죠. 중력파는 사중편광(quadrupole polarization)이란 성질이 있습니다. 전자기파가 이중편광(dipole polarization)의 성질이 있는 것과 비교되죠. 이 사중편광에 의해 중력파를 맞은 입자는 다음과 같이 진동합니다. 좌우-상하 / 45도 기울어진 상태. 두개의 진동모드가 생깁니다. (이를 (+)-편광 (plus polarization) / (x)-편광 (cross polarization)이라 합니다.)

Plus and Cross Polarization Pattern of Gravitational Waves

이 편광의 의미는 중력파가 실제 시공간을 저렇게 진동 시킨단 뜻입니다. 이를 이용해서 이제 중력파 검출을 할 실험장비를 고안하지요.

중력파 검출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의 실험물리학자인 조셉 웨버(Joseph Weber)에 의해 독보적으로 시작되었어요. 그는 저 편광의 성질을 이용한 "막대 검출기 (Bar Detector)"를 고안했습니다. ("웨버 바" 라 불립니다.) 시공간이 저렇게 진동하면 실제 중력파에 의한 거대한 막대검출기의 길이가 미세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그 길이 변화를 측정하고자 한 겁니다.

조셉웨버와 막대검출기 (메릴랜드 대학,미국)

그런데 이 막대 검출기로 조셉 웨버는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연구그룹의 검증으로 웨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공격받았지만 웨버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그는 실패한게 맞았습니다. 실제 웨버바의 검출기 민감도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최소 이 되어야 한다고 지난 글에 언급했지요.) 게다가 이 웨버의 주장은 실제 연속적인 중력파원을 발견한 것이라 주장했고 이는 다른 연구그룹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검증되는 주장에 의해 반박되었습니다. 게다가 웨버가 분석에 사용한 소프트웨어의 버그가 발견되면서 그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갔지요. 그는 실패했지만 그에 고무된 많은 기술들이 발전했습니다. 정밀 측정기술, 진동잡음을 없애줄 극저온 기술, 초전도 검출기 제안 등등.

그러다가

1990년대에 일대 변혁을 맞는 사건이 생깁니다. 캘리포니아 공대에 킵 쏘온(Kip Thorne) 교수가 새로운 개념의 검출기를 제안합니다. 마이켈슨 간섭계라고 부르는 형태의 레이저 간섭계형 검출기죠. 여기에 실험물리학자 두명인 캘리포니아 공대의 로널드 드레버(Ronald Drever)와 MIT의 레이너 와이즈(Rainer Weiss)가 구체적인 실험계획을 세운 제안서를 내지요.

Kip Thorne Ronald Drever Ray Weiss
Kip Thorne (left), Ronald Drever (center), Rainer Weiss (right)

그들이 생각한 검출기 방식은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레이저를 빛 분배기로 보내면 두갈래로 50%씩 갈라진 빛이 양쪽 팔로 갔다가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면 만나는 점에서 간섭을 하게 됩니다.

양쪽의 팔길이가 정확하게 똑같기 때문에 돌아온 빛은 위상차 없이 보강간섭(높이가 두배가 되는 일정한 패턴)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나 중력파가 지나가게 되면 위의 진동효과 때문에 한쪽팔이 길어지고, 다른 한쪽이 짧아지게 되죠. 그러면 만나는 점에서 빛은 다른 위상을 가지고 간섭무늬의 패턴이 변하게 됩니다. 그 때 그 무늬에서 우리는 중력파가 쓸고 지나갔구나를 알게 되는 겁니다.

그. 래. 서. 저 세사람의 제안을 토대로 미국에서는 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라이고) 라 불리는 중력파 검출기가 건설되기 시작합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총 2억 9천 2백만달러의 초기건설비와 7천 9백만불의 초기 가동비가 투입된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이고 이는 미국 과학재단이 단독으로 투자하는 가장 큰 모험이었어요. 그 장소는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이라는 곳과 워싱턴주의 핸포드 두곳에 각각 양쪽 팔길이가 4km에 달하는 레이저 간섭계 건설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됩니다.

모두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라이고 천문대입니다. 양쪽으로 L 자의 각 팔길이 4km의 검출기 되겠습니다.

라이고 핸포드 관측소, 핸포드 워싱턴주, 미국
라이고 리빙스턴 관측소, 리빙스턴 루이지애나주, 미국

라이고 검출기에는 현대에 개발된 최신 기술들이 모두 집약적으로 사용됩니다. 레이저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를 필요로하게 되고, 레이저의 출력을 더 높이기 위해 파브리-페로 공동(Fabry-Perot Cavity)라는 것을 이용합니다. 이 파브리-페로라는 기술은 양쪽 팔에 설치하게 된는데 양팔 중간에 반사경을 하나 더 두어 반사된 빛이 계속 반복 반사하게 만들어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즉, 그림처럼 Lx와 Ly 구간을 레이저는 일정 횟수동안 갇힌채 반복하게 되어 초기 약 10W 정도인 레이저 출력이 250W까지 높아지게 됩니다. 이 반복횟수는 약 25회(초기 라이고) 반복하게 하는데 이렇게 되면 4km의 검출기의 유효길이를 4x25 = 100km까지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는 75회 로 4x75 = 300km] 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검출기의 팔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중력파의 신호를 잡아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한정 길게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중력파 검출기는 "진동"을 잡아내는 검출기입니다. 때문에 지구상에 환경, 인위적인 사건등에 의한 진동까지 모조리 잡아내게 됩니다. 이 라이고 검출기는 지구상에서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민감한 검출기입니다. 실제로 어느정도인가 하면, 초기 라이고 건설이후 실험단계에서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 관측소에서 아주 주기적이로 반복적인 이상한 신호가 약 30헤르츠 진동수 부근에서 검출이 되었는데... 연구진들이 나중에 조사한 바로는 리빙스턴 관측소에서 약 100km떨어진 해안지역에 주기적으로 파도가 때리는 진동잡음임이 밝혀졌죠. 때문에 이 라이고 검출기는 지구상의 지진의 신호, 특정 국가의 핵실험 증거 등을 잡아낼수 있는 가장 민감한 진동검출기입니다. 따라서 이 진동에 민감한 장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의 발자국소리, 트럭지나가는 소리,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지진 등에 민감하기 마련입니다. 이 물리적 길이가 길어지면 해당 환경진동에 노출이 심하기에 무작정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이 진동잡음이 원래 신호에 비해 덜 민감하도록 기기를 고안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진동을 상쇄하는 장치를 별도로 달고 있습니다. (Seismic Isolation) 이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자(추)를 이용하면 높은 진동수에 진동에는 취약하지만 낮은 진동수에 덜 민감한 검출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력파는 아주 긴파장을 가지는 파동으로 전파되기 때문이죠. 이 원리는 다음 동영상을 보시면 쉽게 이해되실수 있습니다.

첫번째 동영상에서 판자를 느리게 움직이면 추는 거의 따라서 움직입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합니다. 그러나 두번째 동영상에서 보시면 판자를 빨리 움직이면 추는 제자리에 거의 멈추어 있습니다. 이 추는 빨리 움직이는 판자의 움직임에 덜 민감하다는 의미이죠. 이렇게 중력파 검출기의 진동감쇄장치에 아래에 보시는 진동차폐장치를 달아주게 됩니다. 저 맨 아래 Payload라고 달린부분이 레이저를 반사할 맨 끝부분에 위치한 무거운 거울입니다.

이 라이고 검출기의 목표는 일단 검출을 위한 목표민감도인 을 도달하는 것입니다. 2000년에 초기 라이고를 건설하고 시험하고, 테스트하고 한이래 2007년에 비로소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시면 검정색 LIGO-4km design이라는 실선이 초기에 목표한 민감도입니다. 약 100Hz근방에서 아래이며 실제 붉은색과 파란색 (LLO-4km, LHO-4km)가 여기에 도달했죠. LLO는 LIGO Livingston Observatory, LHO는 LIGO Hanford Observatory입니다. 2001년 설계와 건설이 완료되고 테스트하면서 6년만에 목표한 검출기 민감도를 현대의 최신 공학기술로 달성하여 이제 드디어 중력파의 검출을 본격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스타트가 된 것입니다.

라이고 연구단 내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위와 같은 축하 세리모니를 열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당장에 중력파가 검출될 것으로 기대 했었죠. 2007년 목표 민감도를 도달하고서, 당장이라도 검출성공이 기대되었어요.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첫째, 신호만 발견하고 끝이 아니라 진짜 신호임을 발견해야 하는 여러가지 확증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신호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천체 현상인지 (질량, 위치, 거리, 회전량 등등), 혹시라도 빛을 내는 천체현상 에서 온 중력파라면 후속 광학관측으로 확증 할 수 있는 지 등등.

때문에 중력파 검출기 두대로는 택도 없어요. 기본적으로 지표면에서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선 삼각측량법에 의해 세군데에서 관측한 정보가 있으면 위치를 알 수 있죠. 마찬가지 입니다. 천구상에선 비슷한데 좀 달라서 세군데의 정보가 있으면 천구상 두곳의 위치로 압축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또하나의 중력파 검출기가 등장합니다. (사실상 이 검출기의 가동은 독자적으로 진행된 유럽 프로젝트였고, 세개의 네트워크 가동이 시작된게 2007년부터 입니다.) 바로 버고(Virgo)검출기죠. 이는 원래 이태리와 프랑스가 합작한 독자적 중력파 검출기로 마찬가지로 레이저 간섭계형의 검출기입니다. 현재 이태리의 카치나(Cascina)라는 곳에 양 팔길이 3km의 검출기에요.

버고 중력파 관측소, 카치나, 이태리

두개의 라이고 관측소와 버고 관측소간에 각각 약 3000km, 8000여 km의 거리차로 인해 중력파가 휩쓸고 지나간다면 대략 시간차가 0.01초에서 0.03초 가 생기게 됩니다. 이 시차를 계산하면 어느 위치에서 중력파가 왔는 지를 추정할 수 있게 되죠.

둘째, 모수추정에 대한 연구결과입니다. 모수추정(parameter estimation)이란 중력파를 내는 파원의 모든 물리량을 데이터로 부터 밝혀내는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중력파가 왔다면, 그를 입증한 논문에서 도대체 어느 위치에 어떤 천체현상 이 이 중력파를 내고, 그 천체의 물리량들을 다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슈퍼컴퓨터 계산이 필요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계산은 3000개의 CPU코어를 가지고 3개월을 꼬박 돌려야 얻는 계산입니다.(앞으로 개선될겁니다. 거의 1주일이내 답을 얻도록)

이런 슈퍼컴으로 될수록 빠르게 돌려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이 그룹에서는 어떤일도 하냐하면 통계적 방법을 써서 우리가 중력파신호를 검출 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합니다. 현재 우리가 가진 검출기의 민감도를 기반으로 천문학에서의 각 중력파원의 통계적, 천문학적 분포와 발생률 등을 감안해 우리 기술로 얼마만큼의 중력파의 검출 확률이 되는가를 통계적 추정을 하는 연구죠. 이 결과에 의하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중성자별쌍성계(이전에 설명한 테일러-헐스 펄사 같은)의 사건확률(event rate)이 대략 현재 라이고 검출기에서는 "0.04/년" 입니다. (희망적으로 잡은 수치) 즉, 100년에 4개 정도 발견할수 있는 확률이라는 것이죠.

그래도 희망적인건 확률일 뿐이기 때문에, 어느날 엄청 큰 천체현상이 라이고 가동중에 펑 하고 터져준다면 중력파가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2007년 본격가동된 과학가동(science run)이후 나온 논문들은 중력파의 발견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기술한 논문이었고 그 결론은 "현재의 데이터에선 중력파는 없다." 가 결론이었습니다.

그. 런. 데.

2010년 10월경. 라이고 연구단에 일대 사건이 터집니다. 한 연구그룹에서 데이터에 이상한 신호가 잡혔다는것. 그 데이터는 2010년 9월 16일 하루동안의 데이터에 중력파 스런 신호가 잡혔다는 겁니다. 10월부터 각 연구그룹들은 기존에 자기가 하던 모든 예정된 스케줄을 다 미뤄놓고 이 데이터에만 수개월을 매달립니다. 속속들이 연구, 모의 시험 결과들이 이메일을 통해 오고가고. 결론이 이 신호는 큰개자리(Canis Major) 근처에서 태양질량의 24배 짜리 블랙홀과 태양질량 1.4배 정도의 중성자별 쌍성계로 부터 발생한 중력파의신호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약 6개월간 연구진들은 정신없이 계산하고, 컴퓨터 코딩하고, 밤을 새우기를 밥먹듯이. "중력파 발견에 성공"이란 제목의 논문 타이틀과 "중력파 발견에 실패"란 두개의 제목을 가진 논문을 같이 써내려가고. 언론 보도자료도 만들어 모든 연구그룹에 6개월간 엠바고 명령이 떨어집니다. 연구진 헤드에선 각종 웹사이트를 뒤져서 누군가 엠바고 위반했는지 검색하여 삭제하고... 등등.

이 신호는 "빅독(Big Dog) 이벤트"라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여담으로 이 사건 터지고 이름이 공모되어 누군가는 "시리우스블랙", "블랙독" 뭐 이렇게도 불렀죠. 큰개자리 주성이 "시리우스"이고 블랙홀이 내는 이벤트이기도 하고 해리포터의 시리우스블랙 의 의미도 있다고 해서.)

그. 리. 고.

2011년 3월 14일. (이날이 아이러니칼 하게도 아인슈타인의 생일이었죠) 미국 캘리포니아 아카디아에서열린 라이고-버고 정기 연례총회에서 이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관문이 남아 있었죠. 바로 블라인드 인젝션 챌린지 (Blind Injection Challenge: BIC). 우리말로 해석하면 "실전테스트" 정도 되는 의역. BIC가 뭐냐하면, 분석을 하고 검출하는 과정이 믿을만하고, 잘하고 있는지를 테스트 하기위해 연구단의 어느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BIC위원회"에서 "가짜 중력파원"의 정보를 몰래 (특정 시간, 특정 정보) 입력해서 가동에 포함시켜 가짜신호를 생성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연구단은 그 사실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느시기 어느곳에 있는지는 모르는채로 분석하는 것이죠.

이날 2011년 3월 14일. 연례총회에서 이 BIC봉투가 개봉되는 날이었습니다. 만약에 빈봉투가 개봉된다면 이 신호는 진짜 중력파신호가 검출된 것이고 봉투에 "가짜로 주입한 중력파원의 물리정보"가 들어있다면 단체로 낚인것이죠. 이 봉투개봉전에 혹시 모르기에 연례회의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샴페인을 따라서 들고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중력파성공검출에 목말라하고 있었고, 연례회의에 참석못한 수백명의 해외 연구진역시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 되는 이 연례회의 장면을 보고 있었죠.

봉투가 개봉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나오는 탄성.

"Damn it!"

네. 가짜주입신호였던겁니다. 하지만, 연구진들이 찾은 그 신호는 실제 입력된 신호를 정확하게 찾아내었고, 현재 분석을 위한 절차와 프로그램들이 아주 잘 동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중요한 이벤트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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